(사)전북애향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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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친애하는 5백만 전북도민 여러분!
jblove
2010-08-26

 

■ 친애하는 500만 전라북도민 여러분! 

 [기고=송현섭 재경전라북도민회장/2010.8.26/전북일보]

 "서울을 왜 서울이라 부르는지 알아?" 한참 젊을 때 한 선배가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서울'의 어원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있다. '서라벌' 어원설이다. 신라의 옛 이름이자 도읍지의 이름인 서나벌(徐那伐), 서벌, 사라(斯羅), 사로(斯盧)의 순수 우리말인 이 수도를 뜻하는 '서울'의 어원이라는 것. 그 선배의 질문이 학술적인 게 아님은 분명했다. 내가 대답을 못하자 그는 웃는 얼굴로 답을 말해줬다. "서서 울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서울이라고 한다". 그 때 내가 같이 웃었는지,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는 기억이 없다. 단지 그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던 기억은 확실하다. '눈 뻔히 뜨고 있는데 코 베어가는' 곳이 서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서서 울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당시의 내 처지를 봐도 맞는 표현이었다. 대학생이 돼 상경한 내게도 서울은 '서서 울고 다녀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와본 서울, 아무 연고가 없어 하숙집부터 구해야 했다. 하숙집이라도 있어야 누워서 울겠는데, 하숙집 주인들로부터 "전라도 학생 안받는다"는 싸늘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나의 대학생활은 매 학기 초 하숙집과 자취집 구하는 '쉽지 않은 일'로 시작됐다.  

어느 날 밤 남산에 올랐다. 서울은 전기불로 화려했다.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당시 내 눈에는 그랬다. 야간열차 타고 밤 새워 올라온 전주촌놈에겐 불 밝힌 서울이 서러웠다. 저 많은 집들 중에 내 문패를 단 집이 생길 수 있을까, 당시 내 소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 공무원생활을 잠깐 하다가 사업을 시작했다. 주위에선 너무 젊은 나이에 돈도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뭐든 부딪쳐보자고 덤볐다. 얼마 뒤 집 한채를 샀다. 당시 왕십리는 서울시 분뇨를 버리는 곳, 제일 집값이 싼 곳이었다. 냄새는 났지만, 내이름 크게 쓴 문패를 달았다. 스스로에게 대견했다. 사무실은 을지로였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도시락을 뒤에 싣고 다녔다. 어느날 누가 훔쳐 갔다. 오토바이를 샀는데, 전차 선로에 바퀴가 끼어 전차운행을 방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파출소에 가서 훈계 받고 처분했다. 다행히 사업이 잘 돼 지프차를 샀다. 운전기사를 둔 성공한 젊은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폼 나는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운전기사가 "오랫동안 자가용 몰았지만,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운전수는 못하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서울생활 50년이 넘었다. 남들로부터 성공했다는 칭찬도 들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고향이 있었다. 내 고향 칠보는 내가 살던 때와는 비교가 안되게 달라졌지만, 인구도 줄고 활기도 전만 못하다. 8천명의 인구는 3,800명으로 줄었고, 720명의 초등학교는 90명의 초미니학교로 작아졌다.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일,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소위 '대처'로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태도가 없는 곳에 발전은 없다. 어렸을 때 칠보에서는 전주로 가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전주에 오니 서울 진출이 목표가 됐다. 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그랬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고향이 살기 좋으면 인구가 줄어들리 없다. 늘어나는 고향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구감소에 별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인구감소라 하지만 고향에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거지, 그 인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수도권에만 3백만의 향우들이 자신과 고향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남인가? 아니다. 이들도 엄연한 내 고향 사람들이다. 좁은 고향에서 복닥거리는 것보다 널리 퍼져 사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각종 모임에서 "친애하는 2백만 도민 여러분"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전북도민이 모두 2백만은 아니다. 전북에 거주하는 도민의 수자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친애하는 5백만 도민 여러분!"

<출처=2010.8.26/전북일보>